2013년 1월 16일 수요일

[야설] 옥보단 12.

"빨리 하자. 가서 양동이 가져와."

"네!"

시종이 힘차게 대답하고 달려가 양동이를 가져왔고 천간은 수술용 작두를 가져왔다. 완전히 취한 말은
모로 쓰러져 잠들어 있었고 커다란 성기는 불끈 솟아나와 있었다.

"준비."

시종은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 지켜보았다. 말의 대물이 드디어 작두 안에 놓여졌다.

"절단!"

천간의 끙 하는 소리와 동시에 작두에 의해 단번에 절단된 대물이 무서운 기세로 튕겨 오르며 천간의
얼굴을 강타했다. 그 바람에 몸집이 태산 만한 천간조차 그만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시종은 그것도 모
르며 천장까지 튕겨올라간 대물을 쳐다보며 입을 딱 벌릴 뿐이었다. 마치 괴물 같은 물체는 천장에 부
딪힌 후에 다시 쏜살 같이 내려왔다.

쳐다보던 시종이 피할 사이도 없었다.

순식간에 떨어져 내린 대물은 공교롭게도 귀두 부분이 딱 벌어진 채 시종의 입에 내려꽂히며 곤두섰다.
방금 잘린 참이어서 피가 시종의 얼굴에 확 튀었고 기절하며 쓰러지고 말았다.

말의 대물은 두 사람을 완전히 기절시키고 바닥에 뒹굴었다.

"선생님!"

미앙생 만이 정상적인 의식 상태였지만 나무통 때문에 그는 바닥을 내려다볼 수가 없었다.

"뭘 하세요, 선생님?"

대답이 없자 그는 갑자기 겁을 집어 먹었다.

"선생님, 뭘 하세요?"

그는 통 속에서 마구 몸을 뒤척거렸다. 손과 발이 고정되었기 때문에 몸을 움직일 수는 없었고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시시각각 더욱 조급하고 두려워진 미앙생은 필사적으로 몸을 흔들어 나무통을 약
간 움직여 보려 했다.

그때 다행히 나무통 밑바닥에 있는 약간 들린 틈 사이가 무엇에 얹히면서 바닥에 쓰러졌다 둥그런 나
무통은 마침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마룻바닥이 수평으로 고르지 않은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미앙생을 가둔 나무통은 이리저리 계속 굴러다녔고 그 속에 갖힌 미앙생은 초죽음이 되었다. 이젠 죽었
구나 싶었다. 빨리 천간이 깨어나지 않으면 그에게 남은 것은 죽음보다 더욱 비참한 꼴만 남을 터였다.

몇 차례 마루 바닥을 굴러다니던 나무통이 공교롭게 천간이 누워 있는 바로 옆에 놓인 선반기둥에 부
딪히면서 멎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 바람에 선반에 얹혀 있던 양귀비탕이 왈칵 쏟아져내려 천간의 두 손을 적시게 되었고 그로 인해 천
간이 눈을 번쩍 뜬 것이었다.

천간은 눈을 뜨자마자 제일 먼저 향불을 살펴보았다. 한 개가 이미 반 이상이나 타들어 가고 있었다.

그는 벌떡 일어났다.

"어서 일어나! 빨리 해야지!"

그는 자신이 기절했었다는 것도 잊은 듯 쓰러진 나무통과 그 속에 갇힌 미앙생을 일으켜 세웠다.

"일어날 수가 없었어요."

"이젠 됐어."

천간은 기절해 있는 시종도 흔들어서 깨웠다. 천간은 다시 천하명의로서의 솜씨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어!"

천간이 갑자기 절망적인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

"왜 그래요?"

"내 손이, 손이 움직이질 않아. 어떻게 된 일이지?"

그의 두 손은 전혀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 광경을 지켜보며 함께 놀란 미앙생의 뇌리에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다.

"선생님의 손에 양귀비탕이 쏟아져서 그래요."

다행히 천간은 그 치료법을 알고 있었다.

"꼬마야, 빨리 가서 감로수를 가져와라. 양동이도 가져오구."

"알았어요."

상황의 심각성을 알아차린 시종은 열심히 움직였다. 하마터면 남근을 미앙생한테 넘겨 주고 평생 동안
을 내시로 살아갈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걸 내 손에 부어, 빨리!"

시종은 감로수를 천간의 마취된 두 손에 부었다. 양귀비탕으로 마취된 곳에 감로수를 부으면 감각이 살
아난다는 것은 천간이 연구해낸 비법이었다.

"좀 어때요?"

어찌된 영문인지 감로수의 효능은 나타나지 않았다.

"반응이 없어."

제 아무리 천간이라 해도 소용없었다. 그의 두 손은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 없다는 듯이 굳어진 상
태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안돼. 움직이지 않아."

"그럼 이렇게 해 보세요."

시종은 감초수 그릇에 천간의 손을 담글 수 있도록 바짝 그릇을 가져왔다. 시종이라 해도 영리했기 때
문에 가능한 생각이었다.

"이 방법을 어떻게 알았지?"

"그냥 생각한 거예요."

"영리한 꼬마군."

"그런데 얼마나 오랫동안 담그고 있어야 되나요?"

"최소한 향이 절반 쯤은 탈 때까지야."

상황은 또 다시 심각해 졌는데 아무리 모든 일에 착오가 있을 수 없다고 하기는 하지만 지금은 이것
저것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
타고 있는 향을 바라보던 천간이 다시 절망하기 시작했다.

"향이 거의 다 탔어. 틀렸어……. 이건 하늘의 뜻이야."

그는 어쩔 줄 몰라 당황하며 절망했다. 그의 절망은 상대적으로 미앙생도 좌절시켰다. 그는 천간보다 훨
씬 두려움에 빠져 있었다.

느닷없이 창문이 활짝 열렸다. 세찬 바람 때문이었다. 집안의 모든 것들이 날아갈 듯했고 문들이 덜컹거
렸다. 때아닌 기상이변이 일어난 셈이었다.

조용하던 땅에 돌풍이 분다는 것부터 이상했고 진노한 귀신이 쳐들어 오는 것 같기도 해서 등골이 오
싹해질 정도였다.

불길한 징조 같은 때아닌 돌풍은 뜻밖에도 겁에 질린 세 사람에겐 길조로 작용하고 있었다.

"선생님!"

천간의 손을 바라보고 있던 시종이 갑자기 소리쳤다.

"손이 움직여요!"

그때는 미앙생도 절망에 싸여 체념한 듯이 눈을 감고 있던 때였다.

"도련님, 선생님의 손이 다시 움직인다구요!"

미앙생이 눈을 번쩍 떴다.

천간의 손이 확실히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천간의 두 손이 움직이기는 했지만 아직 그의 의지와는 전
혀 관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느닷없이 얼굴만 내놓고 통 속에 갇혀있는 미앙생의 목을 천간의 두 손이 조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왜 이래요?"

소용없었다.

두 손의 자유를 빼앗긴 미앙생의 목을 계속 조르려고 덤볐다. 그의 표정으로 보아 자신의 의지와는 전
혀 상관없는 움직임이 분명했다.

"내 목을 조르지 마세요, 선생님! 저리 비켜요. 으윽……. 도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 네?"

이번에는 정말 목을 움켜잡고 조르기 시작했다. 나약한 미앙생은 시간이 조금만 지속된다면 혀를 깨물
고 즉사할 것만 같았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시종의 머리 속에는 천간을 막고 미앙생을 살려야 된다는 생각 뿐이었다.

무엇인가 집어들고 후려칠 준비를 하던 시종은 마침 곁에 있는 커다란 술통을 발견했다. 술통을 힘껏
쳐든 그는 천간을 향해 냅다 그것을 퍼부었다. 갑자기 술벼락을 맞은 천간은 기적처럼 정신이 번쩍 들
었다.

"이게 무슨 술이야? 맛 한번 기막히군!"

천간은 입맛을 다셨다. 미앙생이 천성적으로 여색을 밝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천간 역시 술과는 각별한
관계였다.

시종의 영리한 판단 덕분에 천간은 제정신으로 돌아와 예정된 수술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바깥에는 어느새 비가 그쳤고 새벽녘의 별빛이 총총히 빛나고 있었다. 수술을 시작하기 전에 천간은 다
시 많은 양의 술을 마셨다. 마신다기보다는 들이켠다는 것이 정확했다. 하지만 손놀림에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

미앙생을 통 속에서 꺼내 자리에 눕힌 천간은 이미 능숙하게 손을 움직였다. 마취가 풀리기 전에 끝내
야 되기 때문에 손놀림이 분주했다. 침을 놓기도 하고 약을 바르기도 하면서 실로 꿰매기도 했다.

미세한 부분은 돋보기를 사용해서 살피기도 했다. 놀랍게도 그는 한 치의 착오나 실수도 범하지 않았다.

"내 말 명심해."

그는 수술을 하면서도 계속 입을 다물지 않았다.

"성교는 백 일이 지난 다음에 해야 되네. 알았나?"

"알았어요."

"만일 내 말을 지키지 않으면 자네는 영원한 불치가 돼. 임포가 된단 말야."

시종은 곁에서 신기한 듯이 수술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린 그에게는 꼭 꿈만 같은 일이었다.

천하명의 천간은 바야흐로 인류사에 놀랍고 기이한 업적을 남기려 하고 있었다.

미앙생은 새롭게 태어났다. 과거에도 명색이 바람둥이라고 자처했지만 어린아이의 고추 밖에 안 되는
물건을 달고 있던 그가 아니었다.

미앙생은 이제부터 당당해졌다. 당당한 정도가 아니었다. 그는 다리가 세 개다 싶을 만큼 거대한 대물을
가지게 되었다. 포목점 주인의 남근도 따를 수 없을 정도의 대물을 의젓하게 다리 사이에 달고 세상에
나서게 된 것이다.

그는 스스로 자부하는 것처럼 수려한 외모와 시문을 겸비한 지성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굉장한 남근을
가지고 평생숙원인 여색을 즐기기 위한 첫발을 내딛고 있었다.

아직 수중에 돈도 두둑했으며 이 세상에 꺼려질 일이란 한 가지도 없었다.

수술이 무사히 성공적으로 끝나고 일정 기간 동안의 요양 후에 미앙생이 제일 먼저 찾은 사람은 다름
아닌 채곤륜이었다.

그가 한 말처럼 그대로 모든 것을 갖춘 이상 약속을 이행 받을 작정이었다. 그는 분명히 약속을 지킬
것으로 확신했다.

그럴 듯한 객점에 방을 잡은 다음 미앙생은 시종을 내보냈다. 돈을 미끼로 채곤륜의 관심을 끌기 위한
작전이었다. 각처에 눈과 귀를 가지고 있는 듯한 채곤륜은 미앙생의 예측대로 금방 나타났다. 그에게 돈
이란 확률이 가장 높은 미끼였던 것이다.

어찌된 영문인지 채곤륜은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시퍼런 칼을 움켜쥔 채 씩씩거리며 객점에 나타났다.
그도 그럴 것이 시종을 통해 돈을 미끼로 채곤륜이 머무는 곳을 알아낸 다음 채곤륜이 혹할 만큼 그럴
듯한 작전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결투를 요구하는 방법으로 그의 비위를 들끓게 만들어 단숨에 달려오게 만든 것이 그것이었다.

"형님 !"

미앙생은 들어서는 그를 반갑게 맞기는 했지만 채곤륜은 벌컥 성부터 냈다.

"나하고 결투를 하겠다고 꼬마녀석을 보냈겠다!"

미앙생은 환하게 웃었다.

"좋다. 한 판 붙어보자! 난 맨손으로 싸울 테니 이 칼은 네가 쓰도록 해라!"

미앙생은 칼을 던지려는 그에게 급히 손을 내저었다.

"잠깐만요!"

"뭐야?"

"먼저 제 말을 듣기나 하세요."

"말은 필요 없어. 내 따끔한 맛을 보여 주마."

"글쎄 아니라니까요."

"아니라니?"

채곤륜의 성격은 과연 용광로의 쇳물 같았다.

"솔직히 말하죠. 제가 형님의 화를 돋구어 이렇게 금방 달려오시도록 고의적으로 꾸민 것이란 말입니
다."

"뭐야?"

"형님께 은혜를 갚으려구요. 모르시겠어요?"

미앙생은 현재의 당당한 모습이 채곤륜에게 은혜를 입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채곤륜이 아니었다면
지금과 같은 모든 일들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였다.

"날 놀리는 거야?"

"천만에요."

"그럼?"

"그보다 형님은 분명히 약속을 지킨다고 말씀하셨죠?"

"그거야 당연하지."

채곤륜은 비로소 칼을 거두며 표정을 고쳤다. 그도 실은 미앙생이 결투와는 애당초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건방지게 시종을 보내 결투를 운운했기 때문에 버릇을 고쳐주려 했던 것이다.

"형님, 지난번 나한테 설교할 때 뭐라고 하셨죠?"

과격한 행동에 비해 성격은 그만큼 단순한 채곤륜이었다.

"생각났다!"

그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순진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거리기까지 했다.

"내가 그랬지, 다시 만나면 널 패주겠다고. 맞지?"

"아녜요, 형님."

"미앙생."

"네."

"이거 문제가 좀 어렵다. 힌트라도 좀 주어야겠어."

미앙생은 입가에 미소를 띠고 말했다.

"좋아요. 말과 관계가 있어요."

"타고 다니는 말?"

"네."

채곤륜은 미앙생의 의도를 전혀 짐작하지 못한 듯 했으므로 미앙생은 방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채곤륜의 성격상 입으로 하는 말보다는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훨씬 더 쉬울
것만 같았다.

"이쪽으로 와서 보세요, 형님."

그는 채곤륜을 한 곳으로 오도록 했고 시종은 미앙생의 신호에 따라 준비하고 있던 징을 한 차례 울렸
다.

징 소리를 신호로 미앙생은 자신의 하반신을 노출시켰다. 순간 채곤륜의 눈은 점점 커지면서 미앙생의
다리 사이에 있는 대물을 바라보았다. 그의 생각에 미앙생이 장난을 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미앙생."

"네."

"왜 거기에 몽둥이를 달고 있는 거지?"

지난번 채곤륜이 보았던 것은 겨우 이쑤시개 만한 남근이었는데 이번에는 빨래방망이 만큼이나 엄청난
대물이 달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만 있자……."

그는 대물을 찬찬히 살피며 중얼거렸다.

"말의 성기 같기는 한데? ……진짜가 아니고 가짜겠지!"

채곤륜은 그러면서 대물을 한 차례 후려쳤다. 미앙생은 깜짝 놀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살살해요!"

채곤륜은 비로소 깜짝 놀랐다.

"진짜야?"

"직접 보세요."

채곤륜은 더욱 의아해하고 놀라하면서 대물을 직접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더욱 놀라고 있었다.

"칼자국도 있고…… 그리고 색깔도 다르고……. 이봐, 미앙생. 이걸 어떻게 여기다 붙였지?"

미앙생은 비로소 채곤륜이 믿기 시작했다고 생각했다.

"형님께서는 의심스럽겠지만 그건 진짜예요."

"진짜란 말이지?"

"천하명의한테 수술받았죠. 이 정도면 어떻습니까?"

채곤륜은 완전히 미앙생을 신뢰했다.

"장하군! 과연 내 동생 될 자격이 있어."

그는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좋아. 그걸 한 번 성나게 해 보라구."

"문제없죠."

미앙생의 대물은 아래로 축 늘어져 있었는데 그것이 대물로서의 진가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수평보다
위쪽으로 불끈 치솟아야만 했다.

미앙생은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직 대물을 한 번도 세워본 적이 없었다.

그냥 몸에 달고 다니게 된 것만으로도 만족해했었다. 사용해본 적도 없으면서 무조건 확신을 가지고 느
긋해 하기만 했다. 그 기능의 실재여부는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
미앙생은 시종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시종은 이미 몇 가지의 준비를 해놓고 있었다. 시종은 곧
준비한 것을 가지고 왔다. 방법은 간단했다. 미앙생은 시종이 가져다 준 춘궁도의 색정에 넘치는 그림들
을 펼쳐가면서 자신의 대물을 슬슬 만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대물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꼬마야, 좀 도와 줘라,"

지켜보던 채곤륜의 말에 시종이 다가갔다. 미앙생 본인과 더불어 한 손으로는 제대로 잡히지도 않는 대
물을 슬슬 쓰다듬으며 만지기 시작했다.

채곤륜의 두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았지만 그것을 가리고 있는 천은 조금도 들어 올려지지 않고 있었
다.

지켜보던 채곤륜은 결국 고개를 저었다.

"끄덕도 안 하니 참 안됐다."

미앙생은 조급해졌다.

"나도 도울 방도가 없군."

갑자기 불안해진 미앙생은 시종에게 눈짓으로 다른 방법을 지시했다. 시종은 주인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는 신세였다. 또한 그 역시 주인을 위해 어떤 방법이든 가리지 않고 도와주어야 할 형편이었다.

시종은 호흡을 가다듬은 다음 입을 최대한 크게 벌린 다음 대물을 가리고 있는 천 속으로 곧장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가 해야 할 일이란 바로 이것이었다. 손보다는 자극이 강한 입과 혀를 통해 그는 주인의 대물을 건드
렸다. 숨이 막히긴 했지만 꾹 참고 계속 고개를 앞뒤로 움직였다.

거기에 맞추어 미앙생은 춘궁도를 더욱 열심히 들여다보며 노력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한번 잠
든 그의 대물은 깨어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성격이 단순한 채곤륜은 이미 체념하고 있었다.

"그건 아무런 쓸모도 없는 물건이었군! ……얘야, 공연히 애쓰지 말고 그만둬라."

채곤륜은 이내 무서운 결정을 내렸다. 계속 쩔쩔매고 있는 미앙생을 무시하듯 나름대로 급하게 서두르
기 시작했다.

"썩기 전에 잘라버려야 돼. 그렇지 않으면 독이 몸에 퍼져서 죽게 된단 말야, 알겠나?"

시종은 할 수 없다는 듯이 얼굴을 빼내고는 침을 뱉었다. 뺨이 다 쓰리고 뻐근한 것 같았다. 자신의 입
의 크기에 비해 굉장한 중노동이었던 탓이다.

"내가 도와주지."

순간 채곤륜은 가지고 있던 칼을 번쩍 쳐들었다. 썩기 전에 빨리 잘라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가 생각하는 방법이란 접합된 부분을 잘라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칼질을 하기 전에 그는 예비동작을 시작했다. 처형장의 망나니가 하는 것처럼 그는 칼춤을 추기 시작했
다.

그의 칼춤솜씨는 전문가의 수준이었고 춤을 추는 사이 사람과 함께 검광이 사방에서 번뜩였다. 칼인가
하면 사람이고 사람인가 하면 칼이 보이는 그런 춤이었다.

그때 뜻밖의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했는데 채곤륜의 검무를 바라보고 있던 미앙생은 자신의 몸에서 시
작된 반응을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검무와 함께 칼의 손잡이 끝에서 펄렁대는 빨간색 헝겊을 바라보고 있던 도중 몸의 아랫도리에 기운이
일어나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는 자신의 몸의 일부가 된 대물에서 감각이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채곤륜이 검무를 멈추려 하자 재빨리 말했다.

"잠깐요, 형님!"

"뭐야?"

"칼을 계속 휘두르세요.'

"날 놀리는 거냐?"

"반응이 있다구요!"

"칼을 휘두르면 흥분된단 말야?"

"네!"

"너 미쳤냐?"

"정말예요."

미앙생의 진지한 모습에 채곤륜도 마음이 움직였다.

미앙생의 대물이 반응하기 시작한 것은 칼을 휘둘렀기 때문이 아니라 빨간색의 헝겊 때문이었다. 즉 말
이 빨간 색을 보면 흥분하던 이치와 같은 것이었다.

실제로 대물을 가리고 있는 천이 약간 들려져 있는 것이 보였다.

"좋아. 그럼 어디 칸 번 시험해 보자!"

채곤륜은 다시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의 솜씨는 검술 또한 고수급임을 증명하듯이 과연 대단했다.
사방에서 번뜩이는 검광과 함께 빨간색 헝겊도 함께 춤을 추고 있었다.

흰 천으로 가려진 대물이 조금씩 그리고 지속적으로 성을 내며 들썩거리기 시작했는데 천이 조금씩 쳐
들리고 있었다. 검무나 더욱 격렬해지고 따라서 빨간 색깔이 전보다 더 현란하게 움직임에 따라 대물은
어느덧 몸에서 일어나 수평을 유지하며 일어서고 있었다.

이번에는 점점 더욱 위로 치솟아 드디어 우람하게 뻗쳤다. 사타구니를 원점으로 흰 천으로 천막을 치듯
떠받치며 맥박에 따라 꿈틀거리는 것이 최고조에 도달해 있음을 보여두고 있었다.

미앙생은 말할 것도 없고 지켜보던 시종도 놀라움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는 채곤륜도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탄복하기까지 했는데 기적을 발견한 것에 놀라워하
면서 갑자기 비탄에 잠긴 어조로 읊조렸다.

"내 사부님은 왜 진작 이런 비법을 내게 가르쳐주지 않으셨지?"

더 말할 필요도 없이 미앙생의 대물은 완벽했다. 말의 몸에 붙어 있을 때보다 오히려 더욱 힘찬 모습으
로 미앙생의 하반신에 자리를 잡고서는 대물의 대상물을 찾고 있었다.

"어때요, 형님?"

"과연 대단해 !"

채곤륜조차 난생 처음 보는 대물 앞에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형님."

"그래."

"전번에 약속하신 것은 지켜 주셔야지요."

"내가 자네와 무슨 약속을 했단 말인가?"

"그 여자를 제 앞에 데려다주셔야 합니다."

"맞다! 포목점, 그렇지?"

"도와 주셔야 합니다. 그러실 거죠?"

"누가 마다하겠나, 자네야말로 천하제일인데 말일세."

"고맙습니다."

미앙생의 부푼 기대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벌어질 일은 전혀 예측할 수가 없었다. 다만 현재, 미앙생이
포목점 마누라와 한 바탕 놀아나기에 전혀 부족한 점이라고는 한 군데도 없다는 것 뿐이었다.

유부녀를 농락하면 인과응보를 받게 된다는 고봉장로의 경고가 아직 존재하는데도 말이다.


*
그 전까지의 미앙생은 이미 사라지고 존재하지 않았다.
잘 차려입고 수려한 모습을 한 귀공자인데다가 더구나 어떤 사내도 가질 수 없는 대물을 바지 사이에
간직하고 있는 남자 중의 남자였다.

그는 아무 것도 망설이지 않았다.

"거기에 가실 건가요?"

"포목점 말이냐?"

"네."

눈치 빠른 시종은 미앙생의 속마음을 훤히 읽고 있었다.

"가야지."

"언제 가시게요?"

"지금 당장."

"그러실 줄 알았어요."

"녀석 같으니."

미앙생은 허허 웃을 뿐이었다. 그 동안 시종과 미앙생 사이에는 사연도 많았다. 주인의 열등감 때문에
남근이 칼에 찔리기도 했고 자칫 남근을 주인한테 빼앗기고 내시가 될 뻔한 위기까지 겪으면서도 끝내
미앙생과 함께 생사고락을 함께 한 바로 그 시종이었기 때문이다.

미앙생은 값진 의상을 차려입고 시종과 함께 객점을 나섰다.

이미 한 번 갔었던 적이 있는 곳이라 포목점은 금방 찾을 수가 있었다. 장터를 걷고 있는 그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 가운데서 단연 돋보였는데 지체 높은 가문의 귀공자임을 한눈에 알 수 있을 만큼 그는 훤
칠했다.

포목점에는 마침 주인의 마누라가 혼자 있었다.

미앙생의 수려한 모습이 문밖에 나타났을 때 포목점 마누라는 눈 앞에 눈이 부신 어떤 것이 나타난 것
을 느꼈다. 그런 미남은 전에 한번도 본 적이 없을 만큼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의 눈에 번쩍 띄었다.

잘 생긴 얼굴에 잔잔한 미소 그리고 상냥한 눈빛과 큼직하지만 무지막지할 정도는 아닌 마음을 끌어당
기는 바로 그의 콧날에 눈이 부셨던 것이다.

미앙생은 잠시 문간 서서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에게 강한 의미가 담긴 미소를 보냈다.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는 공연히 당황해 하며 고개
들 제대로 들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문간에 서서 잠시 뜸을 들인 귀공자는 이윽고 포목점 안으로 점잖게 들어섰다.

"뭘 보여드릴까요?"

포목점의 젊고 아름다운 안주인은 살짝 고개를 돌리며 조용히 물었다.

"눈처럼 횐 비단을 좀 사고 싶소."

"좀 앉으시지요."

"고맙소."

포목점은 규모가 상당히 컸다. 높은 천장까지 사방의 벽에 온통 옷감과 포목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는데
여자는 미앙생을 잠시 기다리게 한 다음 한쪽에 놓인 사다리를 이용해서 옷감이 쌓인 곳으로 올라갔다.
한 계단씩 올려밟는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의 됫모습에서 미앙생은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는 사람의 키의 두 배도 더
되는 높이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미앙생이 요구한 눈처럼 흰 비단을 꺼내기 위해서는 팔을 앞으로 한껏 뻗어야만 했다. 따라서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는 평소의 습관대로 사다리에 한쪽 발만을 놓은 상태로 다른 다리는 뒤로 높이 쳐들고 몸을 앞으
로 기울여, 그곳에 있는 천꾸러미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 순간 공교롭게도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의 다리 사이가 미앙생의 시야에 언뜻 들어왔다. 그는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의 동작에서 잠시도
눈길을 떼지 않았으며 언뜻 비치는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의 다리사이 깊은 곳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눈에 확 뜨이는 귀공자가 포목점에 들어설
때부터 보이지 않게 숨어서 엿보는 눈동자가 있었다.

얼굴에 살이 많이 붙고 아직 젊은 여자였는데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는 귀공자와 포목점 안주인의 분위기를 첫눈에 수상
쩍게 생각하면서 계속 숨어서 일일이 둘 사이에 벌어지는 일을 감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앙생의 목적은 사실상 횐 천이 아니었다. 구실일 뿐 여자에 게 접근하려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건 그렇게 횐 것 같지 않군요."

그는 여자가 힘들게 가져온 비단을 탐탁지 않게 바라보았다.

"저희 집에 있는 비단 가운데서는 가장 횐 천인데요."

미앙생도 이미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의 마음을 짐작했다. 유혹하면 금방 끌려오리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내심 흐뭇해하며 속삭이듯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 알았어요 그래서 그렇게 보였군요!"

"네?"

"당신의 살결이 눈보다 더 희기 때문이죠. 그래서 세상의 모든 것은 상대적이라는 말이 있는가봅니다.
당신의 살결에 비교해 보니 이 천은 더러운 걸레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군요."

그는 여자에게 최대한 가깝게 접근하면서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의 피부를 만질 듯이 감미로운 목소리를 냈다. 한편 숨어
서 엿보는 여자는 눈을 빛내며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

단순히 흥미를 갖거나 재미있어 하는 것만은 아님이 분명했다. 마치 포목점 안주인의 부정현장을 잡으
려는 듯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천도 배합이 필요한 것처럼 옷도 입는 사람에게 어울려야 빛이 나는 법이죠."

포목점 안주인은 그의 목소리가 가승으로 파고 들어오는 듯해 자신도 모르게 목을 움츠렸다. 그가 만일
자신의 몸에 손을 대기라도 한다면 그대로 허물어져 안길 것만 같았다.

"쥐도 구멍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 의미를 벌써 알아들은 포목점 안주인은 묘한 떨림에 몸을 움츠렸다.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느낌이었
다.

지금의 남편과 살을 섞어가며 살아오는 동안 단 한 번도 그런 느낌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달콤하게 속삭여 준 일도 없을 뿐더러 항상 남편의 정욕을 발산하는 도구로 이용되었을 뿐이었다.

남편의 남근이 비록 거대해서 남보다 뛰어나기는 했지만 대등한 입장에서 관계를 가질 수는 없었다. 언
제나 남편의 일방적인 학대로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는 괴로움을 받아왔으며 남편은 스스로의 무지무지한 욕정을 풀기
위한 대상으로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를 이용했던 것이다.

가슴이 뛰기 시작한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를 북돋우기라도 하듯 미앙생은 더욱 부채질을 했다.

"당신처럼 아름다운 분은 준수한 외모와 재능을 두루 갖추고 있는 부드러운 남자와 결혼해야 제격이
죠."

더할 나위 없이 포목점 안주인은 황홀해졌다. 말만으로도 온몸이 근질거리고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 같
았다.

준수한 외모의 귀공자는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를 아름답다고 칭찬해 주었다. 자고이래로 아름답다는 칭찬 앞에서 인색할
여자는 한 명도 없을 터였다.

하물며 하인이나 암퇘지처럼 취급받아온 포목점 안주인한테는 그 칭찬은 꿀맛 이상의 것이었다. 그가
원한다면 당장이라도 몸을 내주고 싶었고 그 이상의 노예가 되라면 전신으로 복종하고 싶을 정도였다.

미앙생은 계속해서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의 몸과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온갖 미사여구를 늘어놓았다.

"당신처럼 아름다운 분이 만일 소처럼 난폭한 남자와 결혼한다면 그야 뻔하죠. 뼈빠지게 일이나 하면서
얻어맞기가 일쑤죠."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포목점 안주인의 가슴에 파고들면서 모두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의 현재와 일치되는 말이었다. 남
편은 소처럼 난폭했고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는 뼈빠지게 일해주고 얻어맞기가 일쑤였다. 어떤 의미에서는 거대한 남편의
남근까지도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를 두들겨 패는 셈이었다.

그것을 만일 음문에 넣지 않고 몽둥이 삼아 두들겨 패기라도 한다면 정말 맞아죽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저런 ! 손끝이 갈라졌군요."

미앙생은 자연스럽게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의 손을 끌어다 만졌다.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는 숨을 뜨겁게 내쉬면서 얼굴을 붉혔다.

난폭한 남편과 결혼한 후 외간남자가 그것도 귀공자가 자신의 손을 만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같은 남
자라고는 하지만 한 쪽은 짐승이나 다름이 없었고 다른 쪽은 비단결 같은 진짜 사내의 살갗이었다.

사람은 모름지기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는 짐승과 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상한 우연의 일치도 있었다.

미앙생이 마침 바깥의 광장과 연결된 창문을 열었을 때 지나가던 소가 싸놓은 쇠똥에 꽃 한 송이가 꽂
혀 있는 것이 보였다.

한편 이들 두 사람에게는 커다란 위험이 닥치고 있었는데 바로 그 원인은 처음부터 숨어서 그들을 엿
보던 여자가 화를 자초했기 때문이었다.

그 여자는 평소 포목점 안주인의 미모를 몹시 시기하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분풀이를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포목점 주인이 얼마나 난폭한가를 이미 알고 있는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로서는, 포목점 주인이 만일 마누라가 외간남자
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 결과가 어떨지는 불을 보듯 뻔했다.

시기심 때문에 항상 기회를 엿보던 참에 멋진 광경을 발견한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가 곧장 포목점 주인에게 달려가 사
실을 고해바친 것은 미앙생이 점점 안주인에게 접근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망할 자식 !"

느닷없이 몽둥이를 들고 들이닥친 포목점 주인의 험상궂은 모습에 미앙생은 대경 실색 했다.

완력이나 무술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는 그였다. 주먹만 보아도 도망칠 정도였지만 한 가지 그에게는
꾀가 있었다. 나약한 체질에 대한 보호본능 같은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부인."

그는 겁에 질려 두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내색하지 않고 필사적으로 여유를 보이기까지 했다.

"다시 오겠습니다."

그는 창문을 타고 넘어 밖으로 도망쳤다.

"도련님."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시종이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리며 조급하게 달려왔다.

"게 섰거라!"

하지만 포목점 주인은 그대로 단념하지 않았다. 샌님처럼 보이는 젊은 녀석이 감히 자기의 마누라를 건
드렸다는 생각에 오장육부가 뒤집힐 것만 같았고 붙잡아 다리몽둥이를 꺾어 놓아도 직성이 풀리지 않
을 판이었다.

미앙생의 실력으로는 포목점 주인을 따돌릴 수는 없었다. 결국 장마당에서 붙잡히게 되자 궁지에 몰린
쥐처럼 포목점 주인에게 덤벼들었다. 포목점 주인이 휘두르는 칼을 막대기를 잡아 닥치는 대로 간신히
막았다. 죽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을 스스로 방어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런 상황에서 진땀을 흘리며 방어
에 급급하기만 했다.

한편 시종은 어떻게 주인을 도울 수 있을지 그것을 골몰히 생각했다.

무턱대고 뛰어들어 주인을 도울 수는 없는 것이 자칫 둘 다 당하기 십상이었기 때문이다.

때마침 그의 눈에 포목점 주인이 길다란 사다리의 한쪽 끝에서 칸막이 사이에 각각 두 발을 딛고 미앙
생을 공격하는 것이 들어왔다.

그때 묘안이 시종의 뇌리를 스쳤다.

주인이 무지막지한 칼에 미앙생이 두 동강이 나기 전에 꼭 구해야만 했다.

시종은 조심조심 사다리의 포목점 주인이 있는 한쪽 끝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여유를 두지 않고 있는
힘껏 사다리를 두 손으로 번쩍 쳐들었는데 그 결과 사다리의 칸막이에 사타구니를 걷어채 인 포목점
주인은 보기 좋게 땅바닥으로 엎어지고 말았다.

그것뿐이 아니라 엎어진 장소가 공교로운 곳이어서 그만 얼굴을 쇠똥에 처박고 말았다. 꽃 한 송이가
꽂혀 있던 그 쇠똥에 얼굴이 처박힌 것이다.

더욱 화가 치민 포목점 주인은 맹수로 변했다. 미앙생은 시종과 함께 죽을 것처럼 달리기 시작했다. 뛰
는 솜씨가 형편없는 미앙생에 비해 칼을 휘두르며 뒤쫓는 포목점 주인은 마치 질풍처럼 달리는 황소와
도 같아서 머지 않아 붙잡힐 게 분명했다.

미앙생은 닥치는 대로 건물의 모퉁이를 돌았다. 어딘가 숨을 만한 장소를 찾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미
포목점 주인이 바싹 따라붙고 있었다.

순간, 질풍처럼 추격하던 포목점 주인이 건물과 건물 사이에서 불쑥 튀어나온 다리에 걸리며 그대로 고
꾸라졌다. 달려가던 기세로 여지없이 나가떨어졌으므로 그는 일어서지도 못한 채 발버둥만 치고 있었다.

그는 더욱 화가 치밀었다. 그때 건물 사이에서 태연하게 나타난 것은 다름 아닌 채곤륜이었다. 의리를
존중하는 그가 미앙생을 걱정한 나머지 그 주변을 배회하며 계속 지켜보다가 결정적인 순간 불쑥 나타
나 그를 도운 것이다.

"이런 못된 놈이 있나. 내 다리를 다치게 해놓고도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너는 누구냐?"

채곤륜은 여유가 만만했다. 포목점 주인 정도는 적수가 못된다고 생각했다.

"네가 이 길을 사기라도 했냐?"

연거푸 성난 황소처럼 달려드는 포목점 주인을 오히려 가볍게 피하며 신속하게 역습을 하는 것이었다.
포목점 주인은 계속 덤벼들었지만 매번 호되게 당할 뿐이었고 분명히 단칼에 상대의 목을 친 것 같은
데도 어찌된 영문인지 상대의 발길질이 자신의 배에 꽂히기만 할 뿐이었다.

포목점 주인은 단 한 차례도 제대로 공격을 하지 못한 채 계속 얻어맞기만 했다.

결국 잔뜩 얻어맞은 포목점 주인은 도저히 당할 수 없었는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대형을 몰라 봬서 죄송합니다."

그는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이 서자 더 이상 맞기 전에 굴복하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내가 네 다리를 걸었었나?"

채곤륜은 기고만장했다.

"아닙니다, 대형."

"그럼 어떻게 된 거지?"

포목점 주인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변명했다.

"대형의 다리에 걸린 것이 제 불찰입니다.

"이제야 알았냐?"

"네."

"그럼 당장 꺼져!"

"감사합니다."

포목점 주인은 굽신 크게 절을 한 다음 돌아섰다. 생각할수록 부아가 끓어올랐지만 도리가 없었다. 한
대라도 더 얻어터지기 전에 채곤륜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게 현명하다고 판단했다.

"형님."

숨어서 엿보던 미앙생이 시종과 함께 나타났다.

"고맙습니다. 역시 형님은 대형이십니다."

"아부하지 마라. 붙잡혔으면 자넨 이미 끝장났어."

"그런데,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쫓아왔을까요?"

"아직 그것도 모르겠나?"

채곤륜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투였다. 그가 경계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미앙생이 포목점에 들어가기 전
부터였다.

문간에서 포목점 안주인에게 유혹의 눈길을 보내고 안으로 들어갔을 때 한 여자가 숨어서 엿보는 광경
을 그가 발견했던 것이다.

수상쩍게 여긴 그는 드디어 엿보던 여자가 어딘가를 향해 급히 달려가는 것을 보고는 어떤 좋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고자질한 사람이 있었어."

"네?"

"앞으로 주의해 그리고 우선 주위에 수상한 사람이 있는지를 살펴보고 나서 들어가야 한단 말야, 알
아?"

"그렇군요."

"그건 그렇고, 일은 어떻게 됐지?"

"두말하면 잔소리죠. 저에게 홀딱 빠졌어요."

"그런 줄 알았지. 과연 넌 내 동생 될 자격이 있다."

채곤륜은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흐뭇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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